경제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앞에 쓴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공계 공부를 하고 지금까지 온 저는 경제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이었습니다. 그저 내 주머니 속 자금 사정이나 알고 있었을 뿐, 현금 흐름이라는 개념과 단어조차 몰랐던 시절입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큰돈 들어가는 일들이 생기면서 경제를 알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양질의 정보를 찾아 나섰을 때 보게 된 책입니다.
사실 첫 책으로 집었던 책은 경제 유명인사들이 많이 추천했던 다른 책이었는데, 어우... 저에게는 너무 빡빡하더군요.. 초반부터 읽어내리기가 쉽지 않아 일단 내려놓고 다른 책을 찾았습니다. 물론, 그 책은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잘 읽게 되었고 지금은 구매하여 제 책장에 꽂혀있습니다. 다음번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전반적으로 교육방송인 EBS에서 만드는 다큐멘터리들이 국내에선 질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EBS에서 다큐프라임으로 방송한 내용이 책으로 정리됐고, 스테디셀러라는데 첫 책으로 고려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더군요. 바로 도서관으로 향해 Part 1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저에게는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경제에 대해서 무지했거든요. 물가가 왜 내려가지 않는지, 즉 인플레이션은 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지 아니 애초에 빚이 있어야만 굴러가는 경제라니 정말 적절한 비유와 설명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세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라는 충격이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저는 3일 만에 완독 하였습니다.
총 5개의 Part, 각각의 특징과 감상평
그렇게 저를 입문에 성공시킨 이 책은 총 5개 파트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각 파트별로 평가가 갈립니다. 목차를 살펴보며 각 파트별로 리뷰를 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 그전에 다시 강조하지만, 당시 저의 수준은 물가는 알아도 물가가 왜 맨날 변하는지,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정확히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물건의 가격을 결정짓는 수요와 공급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경제 전체에 빗댈 줄은 모르고, 그저 말 그대로 그냥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는 수준에서요. 그 수준에서 느낀 점입니다.
Part 1.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한 마디로 저에게는 정말 충격과 공포였던 파트였습니다. (물론 완전 초심자였던 저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어째서 인플레이션, 물가의 상승은 금융경제에서 불가피한지 그 근본부터 설명하며 금융경제에 대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신용의 경제와 애초에 어디에도 없는 이자 (이 부분.. 정말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돈..
사실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인플레이션만 검색해도 수두룩하게 정보가 나오지만, 정말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책답게 머릿속에 콕콕 박히도록 적절한 구성으로 만들어놨습니다. 충격을 좀 받아가면서 봐야 사람들이 더 잘 본다는 심리를 아주 잘 이용한 느낌입니다. 물론 저처럼 초보자 기준에서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Part.1 만큼은 자본주의 경제에 첫 입문 글로는 강력 추천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꼭 보시고 그대로 입문하셔서 앞으로도 쭉 관심을 가질 수 있으시길 바라봅니다.
Part 2.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두 번째 파트는 금융상품과 금융기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하게는 금융권의 성장을 처음부터 설명해주고,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금융상품과 기관(은행 등)을 빗대어 알기 쉽게 쓰인 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이라는 말이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왜 알아야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 워낙 큰 충격을 받은 탓에 두 번째 파트에서는 좀 냉정하게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해서였는지, 충격보다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봤습니다. 그래도 첫 번째 파트와 같이 아예 무지한 거시경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그나마 좀 가까이서 접했던 은행, 보험, 재테크 등에 관한 내용도 있다 보니 그랬던 듯도 싶습니다.
Part.2 역시 추천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금융자본주의, 돈이 돈을 부르는 사회가 어떻게 발생했고,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좀 더 세부적인 걸 다루지는 않아 추가로 공부할 마음이 좀 생기게 하는 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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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으로 나누어 쓰려다 그냥 한 편에 같이 씁니다>
Part 3.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
세 번째 파트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경제 관점에서는 반드시 소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성향 상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소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금융 자본주의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개개인들의 소비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개개인들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파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으로 시작해 호평 일색이었던 저의 개인적인 평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 파트입니다. 백화점 등의 매대 진열 방법 등 치밀하게 계산된 소비 마케팅이야 경제에 문외한이어도 한 번씩은 다 들어봤을 얘기이기도 한데, 조금 더 심각하게 다루다 보니 그런 소비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공격적인 느낌입니다.
그러나 사실 "자본주의"인 만큼 개개인 스스로 쓸데없는 소비는 줄이고 자본을 키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긴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니만큼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Part1, Part2에 비해 감탄해가며 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Part.3는 경제의 문외한이더라도, 결국 소비를 줄이고 아껴야 잘 산다는 단순한 개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니, 엄청 중요하게 보실 필요는 없는 파트인 듯합니다. 스스로의 소비패턴을 되짚어 보고, 휘둘리기 쉬운 소비 마케팅과 심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Part.4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
네 번째 파트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가장 유명했던 역대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통해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는 파트입니다. 아마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한 번씩 배우셨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왠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케인스 등에 대해 꽤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파트입니다.
경제학도라면 반드시 알고 가야 하지만 이름부터 "국부론", "자본론"이라 무서워 보이는 경제이론들을 발생하게 된 배경이나 여러 가지 비유를 빗대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당장 실생활에 크게 도움 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를 다룬 이전 Part.3에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 경제이론이라서 그런지, 뭔가 맥이 좀 풀리는 느낌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Part.4는 경제 입문자이기 때문에 모르는, 알아보려고 해도 진입이 쉽지 않은 경제 근간 이론들을 접할 수 있으면서, 그를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하여 다큐적으로는 참 좋은 파트입니다. 경제 입문서답게 4대 경제이론을 다루면서 지루하지 않으니 이 참에 지식을 쌓는다 생각하시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art.5 '복지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마지막 파트입니다. 앞 선 파트들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종합하여, 금융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지 자본주의를 소개하고, 제작진(EBS 다큐프라임에서 만든 책이지 제작진으로 표현하였습니다.)들의 견해를 밝히는 파트입니다.
제작진의 견해가 아주 진하게 묻어나는 파트라서 단순히 경제에 대해 알고자 해서 책을 펼친 분들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워낙 이런 것에 무지하다 보니 여기까지 다 읽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아 지금의 금융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이었구나!
그래서 Part.1에서 저는 충격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내가 살던 좁은 세상의 근간을 뒤흔드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비판하는 의도가 있어기에 그럴 수 있었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 어떤 것이든 비판하는 입장에서 파헤쳐야 더욱 냉정하게, 더욱 낱낱이 분석하지 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Part.5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제작진들이 주장하는 견해인 복지 자본주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이 책을 관통하는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하시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긴 내용의 파트가 아니라서 지금까지 보신 이 책의 내용들도 머릿속에서 되짚어 보시면서 느긋하게 본인의 견해와 생각은 어떤지 정리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평 : 다시 한번 더 입문서로 추천하는 책
이 책은 단순히 경제에 대해 소개하고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다큐프라임의 제작진들이 그들의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를 시작부터 현재까지 되짚어보며 설명한 뒤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방법으로 그들의 견해를 피력하며 마무리하는 책입니다.
그런 과정이기 때문에 그들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경제 문외한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와 조금은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적 배경부터 실체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세계 유수의 경제석학들의 인터뷰가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EBS는 예산도 작을 텐데, 글로벌 석학들을 참 잘 섭외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힘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초반에는 확 이목을 끌고 후반부에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보다 쉽게 소개하여 딱 다큐멘터리 다운 구성이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적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했다는 이야기이니 입문서로는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입문서로 강력 추천합니다.
다만, 그냥 정보만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그들의 분명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의견이 강하게 피력된 것은.. 다 읽고 나서 나의 입장과 나의 견해는 어떤가를 나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언론이나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 줍니다.
* 2개로 글을 나누려 했는데, 그냥 수정하기로 작성하여 글 한 개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래서 글이 꽤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수고 많으셨고 정말 감사합니다.
추가로 쓴 경제 입문 도서 리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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